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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한글날을 맞이하여

⦁ 등록일  2014-03-04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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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9일 로윤지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자료입니다.

 

 

          사랑채 한복판에


                               洛山 노윤지


  

  지난해 봄 친구와 함께 제주섬에 문학기행을 갔다. 양란(兩亂)이전의 조선말인 언어가 1보(寶),한라산 기슭의 다양한 식물이 1보, 화산으로 다양한 용암동굴이 1보 등 보물이 다양한 제주섬을 이웃과 함께 자주 찾아야겠다. 반백년전 나와 동생의 머리를 빗겨서 갈래머리를 땋아주시던 할머니는 날마다 쇠죽을 끓이셨다. 쇠죽가마솥 여물위에 철따라 콩,  감자, 고구마,밤 등을 얹어서 삶거나 아궁이의 잿불에 구워서 간식을 마련해 주셨다. 소가 새끼를 낳을 무렵이면 장독대에 물 한 대접 그득 올려서 하늘 향해 소의 순산을 비셨다. 할머니 별세후 어머니께서 물려받으셨으나 아버님께서 돌아가시자 먼저 소를 쇠전에 파시고 홀로 사셨다. 그 후 어머니께서 빈 쇠막 빗장을 딛고 다락의 물건을 꺼내시다 빗장이 부러져서 떨어지셨다. 멀리 떠난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알리지 않고 미루시다 한달만에 서울병원 특진(特診)해도 굽은 등이 펴지지 않았다. 퇴원후 서울에 머물며 시골을 드나드시다 7년 전 다시 귀향하셨다. 추사 유배지(謫居地)에서 보물을 찾았다. 어린 시절엔 촌놈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표준어 사용을 솔선수범해야 된다는 도리때문에 ’외양간, 변소’서울말을 익혔는데, 잊혀진 ’쇠막,통시’ 시골말은 할머니품처럼 아늑했다. 지금 사랑채 한복판에 쇠막은 텅 비어있다. 그 시골 오두막 안채에서 어머니께서 통시를 드나드시며 워낭소리를 부르신다. 올해 여든넷인 어머니의 굽은 등이 사랑채를 받치고 굽은솔은 선산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