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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친구들과의 짜릿한 만남

⦁ 등록일  2014-03-04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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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7일 김주은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물속 친구들과의 짜릿했던 만남

입추가 지난지 한참이지만, 아직 완연한 가을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이른 요즘, 아직도 물들지 않은 나뭇잎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 뜨락을 지켜보며 내마음은 괜시리 설레어지기만하다.

‘ 가을 바람은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이해인 수녀님의 싯귀 한소절 처럼 무덥던 여름을 식히며 다가온 가을이 반가우면서도 자꾸 재촉하고만 싶어지는 이때에 우리 숲리더의 네 번째 활동은 시작되었다.

이번 활동이 이루어진 곳은 경기도 양평의 수입천 계곡 !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활동이라 하여 정말 기대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내심 염려도 되었다.

시원하게 쭉 펼쳐진 춘천고속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우리의 목적지인 수입천 계곡에 이르렀다.

도시와 조금 멀리 떨어진 이곳, 수입천 계곡은 도심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어느덧 물 위를 수놓은 알록달록한 낙엽들과, 청아하게 흐르는 맑은 물줄기들...... 가을을 그려주는 그림이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족대와 뜰채로 물고기를 잡는 법에 관한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다섯 명씩 조를 지어 물고기를 잡기로 했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열심히 족대를 몰아보았지만, 실패만 연속! 우리 족대에 걸린 것은 개구리 한 마리와 나뭇잎 뿐이었다. 동그랗게 눈을 뜬 개구리는 어찌나 순하던지,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있는 개구리의 모습이 불쌍해서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놓아 주고야 말았다.

개구리를 잡고 나서는 계곡의 위쪽에서 물고기를 잡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가 물고기를 잡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다. 여기저기서 “잡았다!”라는 탄성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우리들은 아쉽게도 족대를 드는 족족 허탕을 치고 말았다. 잡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다슬기나 돌에 붙어사는 조그마한 벌레들 뿐이었다.

우리끼리 물고기를 잡다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잡혀서 박홍식 선생님의 도움을 얻어 함께 잡기로 했다. 박홍식 선생님께서는 물고기를 잡는데 정말 노련한 솜씨를 보여주셨다. 매번 족대를 들어올릴 때마다 그 속에는 물고기가 늘 건재하고 있었으니까. 박홍식 선생님의 도움으로 우리 조의 어항은 금새 가득 차게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고기를 잡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가, 우리는 다시금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계곡의 아래쪽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위쪽으로 올라오기로 했다.

계곡의 아래쪽에는 물도 깊고, 미끄러운 바위도 많아서, 자꾸 넘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물이 깊은만큼 물살은 잔잔해서 물고기들이 더 많이 잡혔다. 계곡의 위쪽에서 많은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니 그것을 피해 내려온 물고기들도 있었다.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들은 뜰채를 한 번만 물에 넣어 휘저어도 금방 잡혀 뜰채 위에서 파닥거렸다.

물고기를 한참 잡다가는, 덫에 걸린 물고기를 구해 주기도 하였다. 계곡 위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설치해놓은 덫이 있었다. 그런데 글쎄, 물고기 한 마리가 덫에 걸려서 나오지 못해 파닥거리고 있었다. 순간, 그냥 갈까 망설였지만, 덫에 걸려 파닥거리는 물고기가 불쌍해서 입에 걸린 갈고리를 빼 주었다. 그 물고기가 다시는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물고기를 구해주고 나서 계곡의 위쪽으로 올라가다가는, 또다시 안좋은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주변 음식점에서, 쓰고 버리는 기름을 수입천계곡에 버려 그 주위의 물이 온통 시뻘겋게 오염된 것이었다. 따로 모아서 버리는 것이 귀찮다고 계곡에다가 몰래 버리다니......그 근처 계곡에서 보이던 죽은 물고기와 기름이 잔뜩 묻은 식물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고통받는 생물들을 보며, 다시는 이런 비양심적인 음식점이 이 곳의 생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모두들 열심히 두 시간동안 물고기를 잡고 잡은 물고기들을 모아보니, 큰 어항이 물고기로 빽빽할 정도로 차 있었다. 그 중에는 갑갑함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물고기도 있었는데, 다행히 기포발생기를 넣어서 그래도 많은 물고기들이 살아있었다.

점심으로는 닭백숙을 먹었다. 평소 백숙을 잘 먹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먹었던 백숙은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닭도 얼마나 크던지! 보통 우리가 보는 닭의 두 배는 될 듯 싶었다. 닭고기를 먹고 나서 먹었던 닭죽도 정말 고소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우리가 잡은 물고기를 관찰해 보았다. 정말 많은 물고기가 있었지만, 그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의 민물고기만 소개해 보겠다.

첫 번째로, 갈겨니와 피라미는 가장 많이 잡힌 민물고기였다. 이 둘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지만, 피라미는 눈이 작고, 눈 위에 빨간색 점이 있지만, 갈겨니는 눈이 검고 커서 구분이 쉬웠다.

둘째로, 모래무지는 생김새도 특이하고, 사는 곳도 매우 특이했는데, 이 모래무지는 입으로 모래를 먹은 후, 모래에 붙은 유기물들을 먹고, 아가미로 남은 모래를 뱉어내는, 특이한 종류의 물고기였다. 생김새도 특이해서, 입은 모래를 먹기 좋게 밑으로 쳐져있으며, 입구석에는 한 쌍의 수염이 달려있었다.

세 번째로는 꺽지! 꺽지 또한 재미있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 꺽지의 등 쪽에는 눈과 비슷한 모양의 청록색 무늬가 있었다. , 이 물고기는 돌 밑에 숨기를 좋아하는 물고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동사리. 이 동사리는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물고기이다. 우선, 특징부터 설명하자면, 하천의 중,상류에있는 못의 모래바닥에 몸을 반쯤 묻고 산다. 게다가, 이 물고기는 이빨이 있다! 나는 이빨이 있는 민물고기는 처음본지라 정말 신기했다. 이빨은 뾰족한 창의 끝부분 같이 삼각형이고, 여러 개가 있었다. 이빨이 정말 작고 앙증맞아서 새끼손가락을 동사리의 입에다 대는 순간! 맛좀 보라는 듯이 동사리가 내 새끼손가락을 꽉 물고 놓아주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동사리는 내 새끼손가락을 한동안 놓을 생각을 안했다. 한참 뒤, 겨우겨우 동사리의 입에서 내 손가락을 빼니, 손가락 끝에서 피가 제법 많이 나고 있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육식성의 물고기라고 하더니 정말 내 손가락 맛을 보고 싶었던 걸까? 휴우!~다음에 동사리를 만나면 조심해야겠다.

물고기 관찰을 끝으로 우리는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 새로 만난 정말 많은 물 속 친구들. 꺽지, 동사리, 모래무치, 피 라미.....다시 생각해도 정이 가는 모습들이다. 다소 거친 친구도 있긴 했지만서도....

가을이 시작되었다.

투명한 햇살로, 서늘한 바람으로, 그윽해진 풀향기로, 이숲에서 저숲으로 가을은 가만가만 전해지고 있다.

더욱 짙어질 가을의 모습을 그려보며 다음달의 활동을 기대해본다.